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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선언 - 레드스타킹부터 남성거세결사단까지, 드센 년들의 목소리
판매가격 : 14,000
적립금 :700
저자 :한우리
출판사 : 현실문화 [출판사 바로가기]
출시일 :2016-12-10
크기 :190 x 117mm
페이지 :248
디자인 :홍은주
ISBN :978896564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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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말하라, 더 크게 외쳐라, 반란을 일으켜라!
들불처럼 일어나는 지금 여기의 페미니즘을 위한 선언

“우리는 지목한다. 여성을 억압하는 자는 남성이다.”
「레드스타킹 선언문」

2015년 초 SNS를 점령했던 건 다름 아닌 #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 선언이었다. 도화선은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위험해요”라는 제목이 붙은 칼럼이었다. 항의가 빗발치자 칼럼니스트가 교체되고 사과문이 게재되었지만, 사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여성혐오 발언에 대한 분노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선언은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에서 “내가 메갈이다”까지 이어졌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르기 망설이던 이들을 포함해, 무수히 많은 여성이 선언에 동참했다. 선언이란 단순히 대중 앞에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아니라, 허공에 부유하는 언어들을 한데 모아 구체화하는 것이다.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라고 선언하는 순간, 머릿속으로만 무언가 잘못됐다고, 무언가 부당하다고 생각해왔던 것들이 폭발적으로 분출됐다. 그런 점에서 선언은 진짜 무기다.
「페미니즘 선언」은 1960~70년대 미국을 휩쓸었던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선언문 9편을 한데 엮은 것이다. 계속되는 베트남전쟁, 격렬한 반전 시위, 흑인민권운동 등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열기 속에서 발표된 이 선언문들은 성차별적인 사회를 거침없이 고발한다. 이 책은 시국선언이 그러하듯 급박한 정세 속에 발표된 글들이었기에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할 뿐만 아니라, 논쟁적이거나 강력한 글 위주로 실렸기 때문에 거친 표현까지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메갈리아’의 원조 격이라 말해도 좋겠다. 적어도 당분간은, 이보다 더 센 책을 마주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페미니즘 선언』은 여성단체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옮긴이가 각 선언문마다 당시 시대적 맥락이나 페미니스트 그룹을 소개하는 해제를 덧붙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동시에 1960~70년대 미국의 ‘제2물결 페미니즘’과 2010년대 한국의 페미니스트들, 즉 ‘영 페미니스트’, ‘넷 페미니스트’, ‘메갈리안’ 등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만 모두 페미니스트인 이들을 잇는 발판을 마련해준다. 우리는 「페미니즘 선언」이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점검하며,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상상력을 제공해주리라 믿는다. 

제2물결 페미니즘으로부터 메갈리아까지
흩어진 여성의 역사/계보 잇기

1960~70년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통찰력과, 그들이 꿰뚫어 본 모순은 페미니즘 이론 속으로 흡수되었다. 이들의 운동사는 짧은 시기 동안 만개했다가 스러진 과격한 운동 정도로 저평가되었으며 운동의 기록은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페미니즘 선언」에는 미국에서 ‘제2물결 페미니즘’ 열풍을 일으켰지만 지금은 잊힌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선언문이 실려 있다. ‘래디컬 페미니즘’이란 여성 억압의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 억압을 뿌리부터 파헤쳐 바꿔내려 했던 이념과 운동을 말한다.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지금까지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겨졌던 사적 영역을 샅샅이 뒤지며 그곳이야말로 얼마나 정치적인 영역인지를 밝혀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여성에게 주어진 정언명령(“예뻐져라”, “얌전히 굴라”, “남성에게 복종하라” 등등)을 간단히 무시해버리는 걸 넘어, 가족·결혼제도·이성애 중심주의·데이트 폭력·가사 분담 등 기존 가치체계 전부를 문제 삼았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재탐색하고 재명명했다.
이 선언문들이 ‘메갈리아의 원조 격’인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메갈리안들은 한국사회에 만연한 남성 질서를, 가부장제를, 여성혐오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물론 ‘미러링’이라는 방식은 지금까지도 무수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비교적 온건한 방식으로 여성운동을 해왔다고 여겨지는 선배 페미니스트들 역시 똑같이 과격하고 극단적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았다. 중요한 점은 기존 질서가 효용을 다하는 순간, 새로운 페미니스트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선언하라!
우리가 내뱉는 말이 현실을 고쳐 적을 것이니

이 책에 실린 선언문 9편은 모두 래디컬 페미니즘의 핵심을 잘 담아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간결하고 함축적인 한 편을 꼽는다면 「레드스타킹 선언문」이라 할 만하다. ‘낙태 공개 발언’을 주도한 레드스타킹은 『성의 변증법』 저자인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을 비롯한 페미니스트들이 모여 결성한 단체다. 여성을 하나의 ‘계급’으로 명명하는 이 글은 우리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억압받아왔음을 지적하면서, 여성의 종속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결정된 것임을 밝힌다.
「드센 년 선언문」은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단어인 bitch(‘암캐’, ‘잡년’ 등 여러 가지로 옮길 수 있다)를 미러링한 제목이다. 여기서 ‘드센 년’이란 예뻐지기 위해 성형수술을 하거나 다이어트를 하기는커녕 또박또박 말대꾸하는 여성들, 다리를 가지런히 모아 앉거나 입을 가리며 웃기보다는 계단을 쿵쾅거리면서 올라가는 여성들, 목소리가 걸걸한 데다 여성스럽지도 않은 여성들을 말한다. 즉, 「드센 년 선언문」은 ‘여성’이라는 역할에 주어진 이미지, 예쁘고 얌전하며 조신한 이미지를 던져버리고 ‘독한 년’이라거나 ‘드센 년’이라는 부정적인 낙인을 깨버릴 것을 제안한다. 「드센 년 선언문」을 발표한 이들은 “그래, 나 드세.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 말하는 듯, 성 역할 프레임을 아무렇지도 않게 뒤집어버린다.

여기 실린 선언문 9편 중 가장 짧지만 강렬하기 이를 데 없는 「강간 반대 선언문」은 강간이 단지 남성의 성적 욕망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남녀 간 계급관계의 논리적인 결과물임을 주장한다. 남성은 여성에게 “자기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 또 그녀가 자기 소유물이자 사물,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강간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모든 여성은 강간의 피해자다. 여성들은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강간당할 위험에 대해서만 배우고, 옷차림에 신경 써야 하며, 밤길을 걸을 때마다 공포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미스 아메리카 대회를 멈춰라!」는 미스 아메리카 대회를 정말로 멈춰버린 여성들의 선언문이다. 이들은 1968년 9월 7일, 미스 아메리카 대회가 개최되는 곳에서 ‘안티 미스 아메리카 대회’를 열었다. 여성의 몸이 가축마냥 부위별로 등급이 매겨지는 것을 비꼬아 “가축 경매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었으며, 여성의 몸을 단지 신체가 아닌 성적 대상으로 삼는 데 맞서 거들과 브래지어, 온갖 여성용품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제2물결 페미니즘의 중심 슬로건이기도 한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는 생리, 임신, 낙태 등 여성의 개인적인 문제라 치부되어왔던 것들이 실제로는 정치적인 문제이며, 여성에게 사적인 문제와 공적인 문제는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밝힌다. ‘공적’인 장소에서 말하기에는 언제나 너무도 ‘사적’이라고 여겨졌던 것은 사실 남녀 간 권력불평등을 반영할 뿐이다. 모든 여성이 겪는 공통적인 문제가 한 개인만의 문제일 수는 없다.
한편 「레즈비언 페미니즘 선언문」과 「흑인 페미니스트 선언문」은 래디컬 페미니즘의 다양한 흐름을 잘 보여준다. 「레즈비언 페미니즘 선언문」은 사회가 다분히 이성애 중심적이고 정상가족 중심적임을 지적하면서, 이성애 중심주의 밑바닥에 깔린 가부장적 질서를 고발한다. 레즈비언이야말로 한 남성의 소유물이 되는 대신 스스로 여성의 정체성을 선택한 ‘여성이라 불리는 여성(woman identified woman)’이며, 다른 여성과 진정한 연대를 맺고 사랑을 나누는 페미니스트라는 것이다. 「흑인 페미니스트 선언문」은 백인 주류 페미니즘과는 다른, 흑인 페미니즘만의 고유한 특징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노예이자 세탁부, 가정부, 여공, 서비스직 등 값싼 저숙련노동자로 착취당해온 흑인 여성의 경험을 단순히 여성이기에 억압받았다는 말로 설명할 수는 없다. 흑인 남성 또한 인종차별의 희생자였으며, 흑인의 권익 향상을 위해서는 남성들과 연합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즉 성적 억압에 더해 인종 억압에까지 맞서야 했던 흑인 여성들은 한층 더 복잡한 사고와 운동을 필요로 했다.

「전미여성협회 창립 선언문」은 제목 그대로 전미여성협회(NOW)가 창립되던 당시의 선언문이다. 1964년 미국에서는 인종·종교·출신 국가·성별에 따른 고용차별 금지를 명시한 민권법이 통과됐지만, 성차별은 여전히 존재했다. 법 시행을 맡은 고용평등위원회마저 성차별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전미여성협회는 바로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세워진 단체였다. 초기에 NOW는 당시 미국 대다수 주(州)에서 낙태가 불법인 데 항의해 여성의 낙태 결정권을 주장했으며, 고용 및 승진에서의 성차별 철폐, 출산휴가 등의 안건에 힘썼다. 현재는 미국 전역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여성단체로 자리매김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동성애자 권익 보호, 인종차별 철폐, 직장 내 성희롱 예방 등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목부터 파격적인 「남성거세결사단 선언문」은 당시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조차 환호하거나 비난했던 문제작이었다. 이 선언문의 저자 밸러리 솔래너스는 남성이 ‘불완전한 여성’이며 머릿속엔 온통 섹스 생각밖에 없는 ‘걸어다니는 딜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선언문은 여성이 나서서 정부를 전복하고, 금융시스템을 날려버리고, 남자라는 성을 파괴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것을 선포한다. 얼핏 허무맹랑하고 정신 나간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이 사회가 남성 중심적인 사회, 남성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남성이 건설한 사회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남성이라는 성을 없애버리자는 주장도 그리 터무니없지만은 않다. 「드센 년 선언문」이 성 역할이라는 프레임을 아무렇지도 않게 뒤집어버렸다면, 「남성거세결사단 선언문」은 프레임 자체를 깨버리며 여성 억압이라는 공통된 문제의식을 한층 더 날카로운 위트와 패러디, 팽팽한 분노로 확장시킨다.

이 선언문들 9편은 결코 사라진 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목소리 안에서 피와 살이 되어 박동한다. 지난 시대의 선언문을 읽는 것은 단지 화려했던 과거를 회고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거리로 나온 여성들이 서로를 맞닥뜨렸을 때 자신이 고립된 섬이 아니라 종횡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았듯이, 우리는 이 선언문들을 읽는 순간 우리가 저 먼 시공간의 여성들과, 지금 여기의 여성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그러니 「페미니즘 선언」은 일종의 기초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폴란드에서 벌어졌던 검은 시위가 한국으로 번져왔듯이, 허용범위 바깥의 낙태수술을 ‘비도덕적 의료행위’로 규정해 의사에게 12개월간 자격 정지 처벌을 내리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이 결국 철회되었듯이. 훗날 2010년대 한국에서 들불처럼 일어난 페미니즘의 계보가 기록될 때, #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 선언이나 #내가메갈이다 선언은 단지 SNS상에서의 운동이 아니라 훨씬 더 확장된 운동이라 기록될 것이다. 지난 수년간 많은 여성이 페미니스트로 거듭났고, 그들의 말하기, 외치기, 설치기, 선언하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으니까.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선언이다. 한 선언문은 다른 선언문을, 또 다른 선언문을 불러낼 것이다. 그리하여 선언이 우리가 될 때까지.


목차

추천사_ ‘선언’이라는 사건의 마술적인 힘
서문_ 선언이 우리가 될 때
레드스타킹 선언문
드센 년 선언문
강간 반대 선언문
미스 아메리카 대회를 멈춰라!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레즈비언 페미니즘 선언문
전미여성협회 창립 선언문
흑인 페미니스트 선언문
남성거세결사단 선언문
페미니즘 운동사


저자 소개

한우리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여성단체에서 일했다. 지금은 미국사와 여성사에 관심을 갖고 공부 중이며, 책을 기획하고 쓰고 옮기고 있다. 옮긴 책으로 「아우슈비츠의 여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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