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절]보스토크VOSTOK 3호- 사진과 권력 : 빛과 그림자의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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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보스토크 프레스 VOSTOK PRESS 편집부
출판사 : 보스토크 [출판사 바로가기]
출시일 :2017-05-09
크기 :170 x 240 mm
페이지 :288
ISBN :979-11-959508-2-9(03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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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사진과 정치 권력이 만들어내는 잊지 못할 기묘한 풍경들, 
『보스토크 매거진』 3호 특집 「사진과 권력 : 빛과 그림자의 연대기」 

『보스토크 매거진』 3호는 정치와 권력, 그리고 사진의 관계를 탐색한다. 사진은 전통적으로 정치 권력과 밀접한 관계를 지녀 온 매체다. 즉 권력자의 이미지를 대량 생산해서 대중의 기억을 장악하거나, 조작과 감시를 통해 사회를 통제하는 중요한 도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사진은 권력과 시민이 충돌하는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저항의 매체이자, 사회와 권력의 뒤틀린 풍경을 날카롭게 드러내는 비평가와 예술가들의 전쟁터다. 『보스토크 매거진』 3호는 지난 겨울과 봄, 한국에서 생산된 가장 뜨겁고 격렬한 현장 사진들과 최고의 필자들의 글, 그리고 동시대 최전선에 있는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의 아름답고 예민한 작업을 세심하게 골라 수록한다. 


출판사 책 서평

삼십 년 전의 사진 한 장으로부터 시작하는, 
사진과 권력, 예술과 정치에 대한 질문들 




(광주거리 골목에 잠복하고 있는 계엄군. 1980년 5월 27일 경향신문사)



『보스토크 매거진』 3호의 특집 <사진과 권력: 빛과 그림자의 연대기>는 박지수 편집장이 오래된 아카이브에서 찾아낸 한 장의 사진에 대한 비평가 김현호의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사진은 80년 5월 27일 광주 금남로 거리를 찍은 것이다. 싸움은 이미 새벽에 끝났다. 한밤중에 2만 5천 명의 계엄군이 광주로 밀어닥쳤고, 고립된 시민들은 목숨을 걸고 싸웠지만 역부족이었다. 살육을 마친 권력은 거리로 나오지 말 것을 시민들에게 명령했고, 사진 속의 텅 빈 거리에는 건조한 공포가 감돈다. 계엄군은 건물 그늘에 숨어 거리를 감시하는 중이다. 
  이 사진은 여러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거리와 광장은 누구의 것인가, 시민인가, 권력인가, 시민들은 자신의 소유권을 증명하기 위해 싸워 왔다. 정치 권력은 교체되었다. 그렇다면 시민들은 최후 승리를 거두었는가. 그리고 이 메마른 공포를 무뚝뚝하게 전달하는 사진이란 과연 무엇인가. 『보스토크 매거진』 3호는 이 답 없는 질문을 향해 질주한다. 조작과 선전, 권력과 매체, 젠더와 감시 등 사진과 정치를 날카롭게 파헤치는 비평가들의 묵직한 글과 예술가의 기묘하게 아름다운 작업들, 그리고 현장 사진가들의 뜨겁고 예민한 싸움의 기록을 숨쉴 틈 없이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사진잡지 보스토크 매거진의 뜨겁고 강렬한 세 번째 특집, 
“사진과 권력 : 빛과 그림자의 연대기” 

‘젊고 새로운’ 사진 잡지가 정치를 다룬다면, 그것은 어떠해야 하는가? 정치의 영역에 들어서면 우리가 사랑하던 사진은 그 복잡한 민낯을 드러낸다. 그것은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차갑고, 너무 교활하거나 너무 순진하다. 사진은 전통적으로 국가 권력에 충실히 봉사하는 선전선동의 매체다. 권력자의 자애롭고 위대한 이미지를 생산해서 유통한다. 때로는 전쟁 참여를 독려하거나 사회적 부조리를 은폐한다. 정치 사진은 분명히 사람들의 세계관을 오염시키고 있다.
  『보스토크 매거진』은 사진의 그런 움직임과 궤적을 추적하고, 그 이면의 정치적 의미를 해독하고 교란하는 글과 작업들을 찾으려 했다. 이와 더불어 특집의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뜨거움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즉 우리 사회의 거리와 광장에서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밀착하여 기록한 사진가들의 작업을 여과 없이 수록했다. 우리는 이 두 가지의 사진과 글들이 같은 혈관 안의 항체들처럼 서로를 공격하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의심과 믿음은 같은 곳에 공존하기 어렵다.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만 특집은 날카롭게 벼려질 것이다. 하지만 보스토크 매거진의 편집 동인들은 안간힘을 다해 양쪽을 눌러 묶는 방식을 택했다. 잡지에 실린 글과 사진은 저마다의 온도로 끓어오르고 얼어붙는 일을 거듭한다. 이 특집은 지금까지의 『보스토크 매거진』 중에서 가장 다채롭고 풍부하다.



(김민_노동절-세월호 자정, 2015.5.1)



가장 젊은 감각의 사진과 날카로운 비평, 최고의 필자들의 조화



(EH_Donarium 2015 Morges, 2015)

『보스토크 매거진』이 가장 집중해서 노력했던 것은 독자들에게 선보일 최선의 작업을 구하는 일이었다. 잡지 한 권의 분량을 골라내기 위해 수천 수만 장의 사진을 보았다. 이 책에 수록된 사진과 작업물이 가장 탁월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기록자의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매체에 대한 예민한 긴장감을 지닌 작업자들의 사진을 수록했고, 탁월한 필자들의 글을 실었다. 

  『보스토크 매거진』은 정밀한 촬영으로 대상이 지닌 물성을 압도적으로 끌어내는 EH, 정치적인 것과 예술적인 것 사이에서 치열한 파열음을 드러내는 사진가 노순택의 벚꽃 사진으로 시작된다. 벚꽃조차도 그들이 찍으면 이렇게 독특하고 아름답다. 이어 80년 5월 27일의 금남로 사진에 대한 비평가 김현호의 에세이를 지나, 물대포가 쏟아지는 거리와 광장 한가운데의 뜨거움을 찍은 김민과, 그 물줄기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노순택의 사진으로 이어진다. 가짜뉴스와 가짜 사진의 구조적 문제를 예리하게 성찰하는 미디어 연구자 임태훈의 글, 트럼프와 힐러리 등 정치인들의 모습을 뒤틀리게 찍는 마크 피터슨의 사진집 <정치 극장>에 대한 감정사회학도 김신식의 글, 여성들의 정치가 시각적으로 재현되는 방식에 대한 페미니스트 문화연구자 오혜진의 글이 이어진다. 
  이어 일우사진상을 수상한 중앙일보 기자 김성룡이 대통령 의전의 한 단면을 찍은 <오답노트: 특이한 점>과, 사진의 비판적 힘을 다시 강력하게 요구하는 사회학자 서동진의 글이 실린다. 뒤이어 북한 정부가 아프리카에 짓는 동상과 기념비를 다루는 미술가이자 영화감독인 최원준의 작업 <만수대 마스터 클래스>가 소개된다. ‘국가와 민족의 이름으로 신성시되는 돌’인 기념비의 표면을 클로즈업한 페미니스트 사진가 정운의 , 남한의 기념비를 사진 연작으로 제시하는 김익현의 아카이브 , 동상들의 손동작과 제스처를 정밀하게 비교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윤현학의 가 연이어 실린다. 

  잠시 숨을 고른 후 정치인들의 사진에 대한 사진가와 비평가들의 작업이 이어진다. 패션 사진가 레스가 허핑턴포스트에 연재해서 화제가 되었던 심상정과 안희정, 이재명, 유승민 등의 사진 밀착인화가 공개되고, 정치인의 ‘포토제닉’이 지닌 무망함을 짚는 감정사회학도 김신식의 글 <그림자는 시시하다>가 소개된다. 이어서 주용성과 윤성희, 노순택과 홍진훤이 찍은 광장 사진을 모은 특별 화보 <그 모든 곳이 광장>이 길게 이어진다. 




(노순택_비상국가, 2016 서울 옛 국가인권위 앞)



특집과 함께 수록된 풍부한 읽을거리. 

사진책 좌담과 소설가의 에세이, 그리고 영화와 사진


『보스토크 매거진』 3호에는 특집 외에도 풍부한 읽을거리가 가득하다. 소설가 김사과가 뉴욕에서 직접 찍은 사진과 에세이인 <뉴욕의 봄>은 잡지의 열기를 식히며 청량함을 더한다. 이안북스의 김정은 편집장이 한국 최초의 북 디자이너인 정병규와 함께 일본 사진가 린코 가와우치의 <일루미넌스>에 대해 좌담을 나누는 “사진집 아나토미” 코너는 사진책과 편집자의 존재 의미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보스토크 매거진의 첫 연재인 영화평론가 유운성의 <스톱 모션>은 사진에 대한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다. 첫 글인 <사진을 듣는다는 것>은  장 외스타슈의 <알릭스의 사진>을 소재로 사진의 리얼리티와 지울 수 없는 불안감에 대한 정교한 에세이다. 



목차

001 프롤로그 : EH × 노순택
014 들어가며 : 김현호

특집│사진과 권력 : 빛과 그림자의 연대기

026 April Shower _ 노순택 × 김민
044 국가에 따져 묻고 싶었으나 가짜 뉴스에 화풀이하는 당신께 _ 임태훈
052 정치극장은 어떻게 문을 열였나 _ 김신식
061 권력의 여성, 여성의 권력 _ 오혜진
070 오답노트 특이한 점 _ 김성룡
080 프로파간다 사진술의 유령들 _ 서동진
086 Monument Archive _ 최원준 × 정운 × 김익현 × 윤현학
122 Mr. Park _ 정운 × 윤성희 × 주용성 × 노순택 × 김익현
137 그림자는 시시하다 _ 김신식
146 레스와 그들 사이의 5분 _ 박지수 
161 머릿속까지 파고드는 감시의 눈 _ 이기원
165 그 모든 곳이 광장 _ 주용성 × 윤성희 × 노순택 × 홍진훤

216 포토에세이 : 뉴욕의 봄 _ 김사과
220 스톱-모션 : 사진을 듣는다는 것 _ 유운성 
224 전시셔틀 : 평면을 보여주는 방식에 관한 고민들 _ 김미정, 박희정, 이기원   
237 사진집 아나토미 : <일루미넌스> _ 김정은, 김현호, 정병규
253 포토로망 : <아무도… 다만…>(사월의눈) _ 김연수, 홍진훤
274 에디터스 레터 : 보일수록, 말할수록 _ 박지수 
276 에필로그 : 홍진훤


책 속에서


대신 이 사진은 현실의 건조한 단면을 잔혹하게 드러낸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먼 데 있는 삼복서점 간판의 글씨까지 선명하게 보일 만큼 그날 광주의 공기가 지독히도 청명했다는 것, 사람이 죽어나가는데도 햇빛은 무심히도 하얗게 밝고 강렬해서, 사진가는 조리개를 끝까지 조여야만 했다는 것. 그리고 사진 속 건물 그늘에 계엄군들이 몸을 숨기고 거리를 감시하고 있다는 것. 나는 이 사진에서 총을 들고 숨은 군인 세 명을 찾았다. 당신은 몇 명이나 찾을 수 있을까? 이 사진을 거꾸로 뒤집어 털면 얼마나 많은 계엄군이 후둑후둑 떨어질까? (p.16 김현호, <들어가며>)

국내외 거의 모든 매체가 칼 빈슨 호의 한반도 이동 소식을 주요 뉴스로 띄웠다. 전쟁 위기설도 하루가 다르게 고조됐다. 항공모함은 근처에도 오지 않았는데 칼 빈슨 호 사진이 뉴스 네트워크마다 넘실거렸다. 북침 날짜를 4월 27일로 예상한 가짜 뉴스 역시 극성을 부렸다. 여기에서도 대양을 가로지르는 칼 빈슨 호의 사진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제도권 언론사와 가짜 뉴스 모두에서 유용하게활용된 칼 빈슨 호의 사진은 미 해군의 매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Mass Communication Specialist, 줄여서 MC)들이 제작한 콘텐츠였다. (p.45 임태훈, <국가에 따져 묻고 싶었으나 가짜 뉴스에 화풀이하는 당신께>)

‘장미대선’을 목전에 두고 펼쳐지는 ‘여성정치’의 풍경은 꽤 참담하다. ‘촛불정신’이 황급히 ‘정권교체’로 번역된 현 정국에서 여성의제는 거의 실종되다시피 했고, ‘여성정치’와 관련해 시각장을 가득 메운 것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와 이성애적 규범성에 의해 강력하게 지지되는 ‘내조정치’7, 여성유세단의 경로당 유세8, 선거운동 과정에서 소비되는 여성정치인들의 율동과 눈물9 등이다. 언뜻 봐도 이 배치는 관성적인 성별분업에 의해 여성정치를 ‘감정’과 ‘돌봄’의 영역에 할당한 결과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p. 64 오혜진, <권력의 여성 여성의 권력 >)

청와대에서 의전을 위해 VIP의 자리를 표시한 형광 스티커가 담긴 사진들은 역사적인 장면과 결정적인 순간을 연출하는 프레임의 존재를 의식하게 만든다. 사진 안에서 반짝이는 형광 스티커는 신문에서 보았던 역사의 순간이 때로 연극처럼 계산된 동선으로 연출된다는 사실을 환기하기 때문이다. 그건 단순히 결정적 시간의 전후를 보여주면서 연출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던 무대 그 자체를 우리 앞에 제시하는 셈이다. (p. 77 박지수, <오답노트 : 특이한 점>)

얼마 전부터 상점에서 담배를 살 때마다 마치 철갑(鐵甲)처럼 담뱃갑을 에워싸고 있는 끔찍한 사진은 사진-이미지가 얼마나 대단한 효력을 가지고 있는지 과시한다. 흡연을 하게 되면 성욕을 감퇴시키고 피부를 노화시키고 폐를 병들게 할 것이라는 등등의 협박을 전하는 그 사진-이미지들은 사진의 교육적 능력, 사진의 프로파간다가 여전히 가능하다는 듯이 능청을 떤다. 그것은 놀랍게도 사진-이미지의 실제적 효력을 입증한답시고 들이대는 인구학적 통계를 통해 뒷받침된다. 그러한 이미지를 게재하였을 때 흡연율이 어느 정도나 감소하였는지 입증하는 다양한 자료들은, 사진-이미지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자신의 능력을 잃지는 않고 있음을 증빙한다(흡연경고 사진 게재 후 흡연율 평균  4.2% 감소!). 그것은 사진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길 원하는 이들에겐 희소식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희소식이기만 한 것일까.(p.82 서동진 <프로파간다 사진술의 유령들>)

우리는 사진으로 ‘투성이’뿐인 자신을 스스럼없이 보여준 박근혜를 통해 웃플 수도, 혐오할 수도, 짜증낼 수도 있었다. 지난해 겨울 우리는 선거의 여왕, 탁월한 정치 묘수를 지닌 사람이 알고 보니 되게 시시한 사람이었다는 허탈함에 빠졌다. 종편에 출연한 코멘테이터들은 이에 화답하듯 시시한 박근혜에 초점을 맞추고 어울리는 주석을 달았다. 박근혜가 참 시시한 적대자였다고 안심하는 사이 우리는 정작 정치인을 가리는 베일이, 정치인의 뒤에 달라붙은 그림자 그 자체가 실은 얼마나 시시한지 물을 기회를 놓치고 있다. 이데올로기는 그렇게 작동한다. 시시한 것은 박근혜가 아니라, 그림자였음이 폭로되지 않길 바라는 조용한 현실로. (p.142 김신식 <그림자는 시시하다>)

오래도록 얼어붙어 있던 시절이었다. 그 아래 실은 무엇이 흐르고 있었는지, 사람들은 아는 듯 모르는 듯 촛불을 들고 광장에 서 있었다. 멀리서 오래된 군가가 들려왔다. 국기들이 군가의 박자대로 흔들렸다. 얼음은 쉬이 녹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나 얼음 아래 흐르던 것들은 이미 떠오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일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얼음을 떠미는 것처럼. 그전과는 다른 어떤 시절처럼.
– 윤성희, ‘해빙시절’ (p.180 주용성, 윤성희, 노순택, 홍진훤 <그 모든 곳이 광장>)

이 괴물 같은 도시는 자신을 그런 식으로 지탱해 나간다. 도시 가득 넘실대는 이 사람들, 엄청난 돈뭉치이자, 빚 구덩이에 빠진 도박광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인간의 형상을 한 이 괴상한 생명체들을 어떻게
묘사해야 할지 알 길이 없다. 상처에서 피가 배어 나오듯 매일 조금씩 잃고 있는 이들은 대체 무슨 환상을 보고 있는 것일까? 어떤 꿈이 이들의 삶을 지탱하는가? 삶이란 결국 매일 조금씩 뭔가를 잃어가는, 마침내 죽음에 패배하는 과정이라고 하니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일까. (p.219 김사과 <뉴욕의 봄>)

이 영화에서 자신의 사진에 대한 알릭스의 설명과 사진에 담긴 광경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외스타슈가 그녀에게 사진이 실제로 보여주고 있는 것과 무관하게 엉뚱한 이야기를 풀어보라고 주문했기 때문이 아니다. 알릭스는 자신의 사진에 대해 시종일관 솔직하게 이야기했을 것이고, 외스타슈는 이를 충실히 기록했을 것이다. 다만 후반작업 과정에서, A라는 사진에 대해 설명하는 알릭스의 목소리와 B라는 사진을 가까이에서 포착한 이미지를 한데 붙인 것이다. 우리는 한 장의 사진을 보면서 다른 한 장의 사진을 듣는다. 혹은 한 장의 사진을 들으면서 다른 한 장의 사진을 본다. 여기에는 이미지와 사운드의 불일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진과 사진의 중첩(superimposition)이 있는 것이다. (p.223 유운성 <사진을 듣는다는 것>)

지난 4월, 멀리 희진에게서 이메일이 한 통 날아왔다. 우리는 지난 2008년, 광화문에서 우연히 만난 뒤 몇 번 이메일만 주고받다가 연락이 끊어진 상태였다. 열어보니 “이메일 주소가 바뀌거나 하진 않았겠지?”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아주 긴, 정말 긴 편지가 나왔다. 그다음 문장은 “지금 여기는 서울이 아니라 도쿄의 요쓰야야”였다. 도쿄에는 한 번 가본 적이 있지만, 시부야나 신주쿠 혹은 긴자만 간신히 생각날 뿐, 요쓰야란 곳은 어딘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가 멀리 있다거나 낯선 곳에 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그즈음 이메일을 쓴 한국인이라면 누구라도 언급했을 그 사건, 그러니까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생들을 태운 여객선이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사건 때문이리라. (p.260 김연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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