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2015: 더 북 소사이어티

2009년 11월에 아트선재센터와 한국공예디자인재단 갤러리에서 열렸던 더 북 소사이어티는 소규모 출판물을 위한 페어로 시작되었다. 작은 페어와 함께 꽤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새로운 출판 문화 만들기(Creating a New Culture of Publishing)”라는 다소 거창한 제목을 내걸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고 단순한 호기심 이상의 반응이 있었던 것 같다. 이듬해 2010년에 마포구 상수동에 처음 서점을 열었다. 실제 공간을 운영하는 것은 “출판의 새로운 문화”와는 다른 현실적인 문제였다. 책을 수급하고 판매하는 일을 해본 것도 처음이었고 월세를 부담하며 특정한 공간을 책임지는 것도 낯선 일이었다. 상수동은 우리 같은 종류의 서점이 자리잡기에는 좋은 지역일 것이다. 서울을 대표하는 상업지역이지만 홍익대학교가 근처에 있고 특유의 문화 시설도 함께 공존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소개할 때 서점과 프로젝트 스페이스라는 말을 동시에 사용한다. 서점은 말 그대로 책을 사고 파는 곳이다. 프로젝트 스페이스는 좀 애매하게 들리는데 모든 것이 가능한 공간이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사실 우리가 처음 서점을 열었던 2010년은 한국 예술계가 술렁이던 시기였다. 정권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문화계 수장들이 교체되고 대안공간이라고 불리던 미술 공간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홍익대 근처에 위치했던 대표적인 대안공간인 쌈지스페이스가 문을 닫았고 인사미술공간(Insa Art Space)도 부침을 겪었다.

당시 우리는 디자인과 영상, 미술 관련 영역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동시에 미디어버스라는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구정연(Jungyeon Ku)은 국민대학교에서 운영했던 제로원디자인센터에서 전시 기획을 하다가 독립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었고, 임경용(LIM Kyung yong)은 아트선재센터 1층에서 더 북스(The Books)라는 이름의 서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제로원디자인센터는 네덜란드 아른험에 위치한 디자인 학교인 베르크플라츠 티포흐라피(Werkplaats Typografie)나 메비스 & 판 되르센(Mevis & Van Deursen) 전시 등을 통해 새로운 경향의 디자인을 국내에 소개했다. 동시에 2009년, 2010년은 해외에서 유학을 마치거나 활동을 하던 디자이너들이 국내로 발걸음을 돌린 시기이기도 했다.

그 때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 지금 당신이 읽고 있는 이 잡지의 10번째 이슈 주제가 자주출판(Self-Publishing)에 대한 것이었고 그것이 발행된 시점이 2009년 5월이었다. 8호의 주제는 스몰 스튜디오였는데 슬기와 민이나 김영나, 워크룸처럼 소규모로 운영되던 스튜디오를 소개했다. 소규모 스튜디오가 주도한 디자인적 태도나 관점에 대해 문화예술계가 반응하기 시작하면서 이들이 만들어낸 출판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커졌다.

사실 더 북 소사이어티가 초기에 공유했던 맥락은 여기에 상당히 빚을 지고 있다.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하는 유럽의 디자인 문화와 그 결과물로서 책. 오아서(Oase), 베르크플라츠 티포흐라피에서 출판했던 책, 카렐 마르텐스나 메비스 & 판 되르센의 책들, 그리고 동시에 소규모 스튜디오에서 만든 책과 그 맥락들을 책이라는 상품과 여러 형식의 프로젝트, 토크 프로그램 등을 통해 공유했다. 그리고 그래픽이라는 잡지도 그러한 맥락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물론 우리가 운영했던 출판사인 미디어버스도 빼놓을 수 없다. 서점을 열었던 당시에 매뉴얼이나 벌룬 앤 니들 같은 사운드 및 실험영상 레이블과 활발하게 교류를 하고 있었는데 장르는 다르지만 이들이 음반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나 태도에 대해 강한 호감과 공감대를 가지고 있었다. 사실 초기에 서점에서 했던 행사 중 상당수는 노이즈 음악이나 실험 영상을 위한 쇼케이스나 퍼포먼스, 공연 등이었다.

다시 디자인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당시 우리는 디자인계의 헤게모니를 누가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관심이나 지식이 없었다. 여섯 평도 되지 않는 작은 공간에서 우리는 우리가 지지하는 디자이너와 예술가, 기획자, 출판인 등을 초청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영상을 통해 사람들과 공유했다. 그 즈음으로 많은 사람들, 특히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이 스스로 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자주출판 자체가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 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기 스스로 책을 기획하고 출판했으며 이런 자주출판을 대행해주는 출판사나 업체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물의 만듦새나 외형적인 부분만을 가지고 새롭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 전까지 디자인이 디자인 ‘계’라고 하는 영역 안에서 인정을 받고 그 기준을 공유하는 결과물만 지칭했다면, 당시에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던 디자인 ‘공동체’는 좋고 나쁨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인접한 영역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설정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결과 ‘디자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영역이나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계층이 넓어졌다. 물론 정치권이나 산업계에서 디자인계에 요구한 부분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영역은 새로운 디자인적 경향 안에서도 더 좁고 협소한 부분이다. 나는 디자이너도 아니고 디자인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소위 출판계에서 일을 한 적도 없다. 하지만 나는 지금 책을 기획 편집하고 디자이너와 긴밀하게 일을 하면서 책을 만들고 있다. 예전 같으면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이후 더 북 소사이어티는 두 번의 이사를 통해 종로구 통의동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5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우리와 유사한 성격의 서점도 많이 생겼고 북페어도 활성화되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과 관련된 공간과 이벤트, 전시 등을 기획하고 있다. 지금 더 북 소사이어티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종류의 책을 팔고 유통하고 있다. 그 동안 유럽이나 미국, 아시아의 여러 아트북페어에도 참여하고 여전히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5년 동안 디자인 공동체의 언저리에서 보이지 않는 작은 역할을 했다고 가정한다면 앞으로 5년은 좀 다른 비전을 가지고 서점을 운영하려고 한다. 책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맥락과 네트워크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러한 맥락과 네트워크는 시간에 따라 변화할 수 밖에 없다. 물론 팔리는 책도 달라진다. 예전에는 많이 판매되었던 잡지가 이제는 시시해질 수도 있다. 책의 퀄리티와는 상관없는 문제이다. 공간도 마찬가지이다. 단골 술집이나 카페도 시간이 지나면 바뀌지 않는가.

지금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책을 통해 아시아 여러 국가 사이에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서점에 있는 책은 하나의 상품이지만 동시에 특정한 맥락을 전달하는 사회적 생산물이기도 하다. 개인이나 공동체가 기획하고 생산한 책은 개성을 가진 상품으로서 가치를 가지지만 동시에 사회적인 공공재 역할도 한다. 공공재라는 말이 부담스러우면 어떤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표현도 가능할 것이다. 매우 폐쇄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책이라도 내용이나 디자인, 태도에 따라 서점 안에서는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 분류될 수 있다. 모든 책은 공동체와 협업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자기 혼자 집에서 복합기로 책을 완성했다고 해도 그것이 서점 안에 들어오는 순간 공동체의 산물이 된다. 이것은 서점도 마찬가지이다. 최근에 일본 도토리현에서 서점을 만들고 있는 젊은 친구와 토크 프로그램을 진행 한 적이 있었는데 그가 서점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함께 보면서 서점을 하는 목적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결국 그가 하고 싶은 것은 책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책과 사람이 모이는 공동체 공간을 운영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시아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네트워크에 대한 열망 역시 커지고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에서 서점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물론 더 북 소사이어티가 지역 공동체를 위한 센터 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공동체는 특정한 지역이나 정체성, 취향, 정치적인 관점과는 상관없는 것이다. 공동체 안에는 ‘최소한의 책’이 있을 것이고 그것이 공동체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 그 자체가 될 것이다. 책(book)을 통해 만들어지거나 책 자체가 되는 사회(society), 그리고 그 일원으로서 자리를 지키는 것이 지금 우리가 가진 목표이다.
위의 내용은 <그래픽 33호 - 서점>에서 했던 인터뷰를 요약한 내용입니다.


더 북 소사이어티 아트북페어, 한국디자인문화재단 (2009.10) - Alexis Zavialoff (Motto Distrib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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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아트북페어 참여 (2009.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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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 소사이어티 상수동 (201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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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 소사이어티 오픈 (2010.3.5)

J & L Books / Jason Fulford @ The Book Society / 2010.7.10
Jason Fulford talk (2010.7.10)

Part-time Suite @ The Book Society / 2010.8.15
파트 타임 스위트 토크 (2010.8.15)

극단에의 청취 #5: BREAK. BELIEVE
극단에의 청취 #5: BREAK. BELIEVE (최준용, 퍼포먼스) (201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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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도큐멘트2 워크숍: 누가 우리의 이웃을 만드는가? (2011.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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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름다운 책 2011 - 일본 도쿄아트북페어 전시 (201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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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의 무대 - 인생사용법 전시 가운데 (2012.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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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에의 청취 (이행준, 최준용, 홍철기, 진상태 공연 및 상영) (2013.6.10)


Typojanchi 2013- Seoul International Typography Biennale 전시 참여 -'서점들 Bookshops' (2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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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길 렉쳐 퍼포먼스 (201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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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wing room confessions(by Abake & Peter Meanwell) (20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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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산 세리페(San Serriffe) 토크 (201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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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오프프린트 아트북페어 참여 (2014.11.16) - 김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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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학II : 제작자들의 도시' 전시 참여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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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테이블 2: 요리미치 카라반 / “아시아의 대안적인 것에 대하여”
상영회 및 토크 (201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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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록스 프로젝트 Xerox Project, 백남준 아트센터 Namjune Paik Art Center, 2015.7.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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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리스트 An Incomplete List', '그래픽 디자인, 2005~2015, 서울', 전시 참여, 일민미술관 Ilmin Museum (2016.3.25) Untitled
사진 제공: 일민미술관 Ilmin Museun of Art, 사진: 나씽스튜디오 Nathing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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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문서들: 예술, 타이포그래피 그리고 협업',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2016.5.26~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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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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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 x The Book Society, COS 프로젝트 스페이스, 청담 (20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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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리스트 베이징 전시, 징런의 페이퍼로그, (20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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